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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큐브닷컴이 문을 닫는다는군요. 어딘가로 통합흡수된다는데, 그건 뭐 내 알 바 아니고. 그간 이 싸이트의 실체에 대한 의문과 회의가 빈번히 제기되기도 했고, 사태가 이렇게 된 이상, 본인도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갈까 합니다. 어디로 갈 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가긴 갑니다. 그런고로 이 포스팅이 여기 올리는 마지막 게시물이 될 것 같군요. 이 별 볼일 없는 싸이트를 찾아주시는 분들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 몇 명은 알고 있음, 당신 말이야! -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이사 장소가 확정되면 주소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자 그럼, 그때까지, 안녕!
1. <<달과 6펜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
타히티는 너무 먼 곳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는 이 섬을 보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내 인생의 한 장이 그렇게 끝났고, 나는 피할 수 없는 죽음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있음을 느꼈다.(302p)
2. 나를 포복절도하게 만든 조지 오웰의 유머,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중에서
로렌스(*D. H. 로렌스)는 내가 사립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고자라고 말한다. 나더러 어쩌란 말인가? 내가 반대임을 입증하는 진단서를 제출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로렌스의 규탄은 그대로 남는다. 나더러 악당이라고 하면 행동거지를 고치면 되겠지만, 나더러 고자라고 하면 그럴 듯한 틈이 보이는 아무 쪽으로나 반격을 하라고 부추기는 일이다. 누굴 적으로 만들고 싶다면, 그 사람의 병이 치유 불능이라는 말을 하면 된다.(226p)
3. 지난 며칠간 쓴 것 중에서 약간 마음에 드는 구절
사람은 물에 빠지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진다. 그것을 손에 쥔 채 익사할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고도는 왜 오지 않는 걸까? 왜냐하면 고도는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기다려봤자 그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그를 기다릴 필요가 있을까? 지가 오든 말든 알게 뭐야? 고도가 없다면 내가 고도가 되면 되는 거다.
광대들은 답이 없다. 걔네들은 이미 죽은 나무에 목이 매여 있는 족속들이다. 그러나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게 그들의 비극이자 희극이다. 그러므로 소년만이 희망이다. 그 아이는 개선 가능한 그러니까 고도가 될 수 있는 인간이기에 아름답다. 아니, 소년이 바로 우리의 고도다.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는 단어들 중에 가장 천박하게 들리는 건 아무래도 '명품'인 것 같다. 말에서 돈냄새 풍기는 건 세상 천지에 저거밖에 없지 싶다. 순진무구한 얼굴로 소위 명품이라는 걸 자랑스레 걸치고 다니는 사람들 보면 되게 신기하다. 나 같으면 좀 부끄러울 것 같은데.. 확실히 돈냄새가 좀 나야 먹어 주는 사회인가 보다. 그게 말도 못하게 역겨운 냄새인 줄은 상상도 못하면서 말이죠.
1.
오늘처럼 화창한 날 일어나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 옥상에 이불 말리고 청소하고 나서 낮술이나 한 잔. 안주는 군만두가 좋겠다.
2.
술은 밤에 마시는 것보다 낮에 마시는 게 더 좋다. 저녁은 가볍게 먹는 오랜 습관이 있어서 안주빨 세워가며 늦도록 마시다보면 남는 건 쓰린 속과 호떡처럼 부은 얼굴 뿐이다. 밤에 마시는 것보다 더 오래, 많이 마실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점이다.
3.
그러나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대낮부터의 알콜 섭취는 다음 기회에..
4.
휴대 전화가 사망한 후 가장 먼저 깨달은 건 내가 외우고 있는 전화 번호가 우리집 그리고 할머니집 뿐이라는 사실이었다. 디지털 시대는 사람을 멍청하게 만든다.
5.
<<한 줌의 먼지>>는 범상치 않은 소설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들이 뜬금없이 전개되고 있다. 마누라한테 배신당한 - 마누라는 지금 바람난 상태 - 주인공이 갑자기 탐험가로 변신해서 남미로 날라버렸다. 주인공은 성실하지만 약간 지루한 성격을 가진 사업가였는데 이 남자가 도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캐릭터의 일관성이 완전히 훼손되었다. 남미로 떠나게 된 계기 역시 너무나 불친절하게 묘사되어 있다. 아마 작가가 이야기를 질질 끌기 위해 쥐어 짜낸 아이디어인 것 같은데 왠지 모르게 그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속으로 점점 빨려 들어간다. 남자의 인생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다. 막장 드라마에 열광하는 아줌마들이 이런 심정으로 티브이를 보는 건가?
6.
배우자의 부정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은 따분한 사업가를 흥미진진한 탐험가로 탈바꿈하게끔 만들기도 하는 걸까? 음, 글쎄. 내 생각엔 따분한 사업가가 따분한 탐험가가 되었다는 것 이상의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 인간은 어떤 상황에 놓이든지 간에 생겨먹은 대로 살게 되어 있다.
7.
아주 가끔, 정신을 잃을 정도로 술을 많이 마시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나는 내가 결코 정신을 잃을 만큼 술을 마시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전주에 갔을 때 밥을 먹고 나면 경기전의 정원을 산책하곤 했다. 대나무와 매화나무가 어우러진 자그마한 정원이었다. 정원 중앙엔 유독 눈에 띄는 매화나무 한 그루가 울타리를 두르고 있었다. 그건 참으로 아름다운 매화나무였다. 대지와 평행한 방향으로 뻗어 있는 가지에는 짙은 분홍색의 꽃이 첫눈처럼 점점이 흩어져 있었다. 함박눈처럼 개화한 수백 그루의 벚꽃나무보다 이 한 그루의 매화나무가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것 같았다.
매화는 찌질하게 떼로 승부하지 않았다. 그것의 꽃말은 독고다이獨 Go Die.